나의 행복, 우리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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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 우리의 행복

배종철 1 2,490 2019.05.27 14:34


바야흐로 행복이 대세다. 인류 역사에서 행복을 원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언제나 행복은 손에 잡힐 듯 달아나 버리는 파랑새였다. 삶은 힘들었고 그럴수록 행복에 대한 욕구는 강해졌다. 문명의 발달로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그들의 행복까지 충족된 것은 아니었다. 가진 자든 못 가진 자든 필요에 의해 자신들이 규정한 행복을 손에 넣어야 했다. 따라서 그 열망의 부피만큼 행복을 표현하는 신조어들도 부쩍 늘어났다.

 

소확행(小確幸)’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뿐인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지친 삶에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하는 케렌시아(Querencia)’, 그리고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일컫는 탕진잼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조어들이 넘쳐난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소망을 날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부와 명예를 위해 치닫는 세속적인 행복관 보다 차분하고 정제된 느낌을 준다. 외형의 가치보다 내면의 조화를 따르는 진정성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삶의 추가 지나칠 정도로 자신에게 기운다면 오히려 행복은 중심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불리는 행복 탐구자 마티외 리카르(Matthieu Ricard)우리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농부 작가 전우익 선생이 쓴 책의 제목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였다. 내용 중에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삶이란 그 무엇()엔가에, 그 누구(사람)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

 

영화 <버킷리스트>에서도 기억에 남을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 정비사 카터와 성공한 사업가 에드워드는 병원에서 만난 시한부 환자들이다.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 그들은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대화를 나눈다. 카터가 이렇게 말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에 대해 멋진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네. 영혼이 천국의 입구에 가면, 신이 그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는 거야. 그들의 대답에 따라서 천국에 갈지 말지가 정해졌다는군,” 궁금해진 에드워드가 묻는다. “질문이 뭐였는데?” 카터의 대답은 긴 여운을 남긴다. “삶의 진정한 기쁨을 찾았는가?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는가?”

 

<원더풀 라이프>라는 영화 또한 주제어(主題語)행복이다. 세상을 떠난 망자(亡者)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에 기착지인 림보역에서 생전의 삶이 녹화된 영상을 보고 있다. 망자들은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담긴 영상을 일주일 안에 찾아야 하고, 실패하면 림보역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삶이 기록된 원본 영상을 탐색하며 행복 찾기에 몰두한다. 화면에는 그들이 살아온 일상이 편집되지 않은 원본으로 낱낱이 재생되고 있다. 귀를 파주는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거나. 전차를 타고 가면서 바람의 감촉을 느끼거나, 빨간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는 장면에 눈이 멈춘다. 그들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찾았고, 림보역을 떠나 천국으로 향했다. 전쟁으로 20대에 전사한 주인공 모치즈키는 삶의 행복한 순간을 찾지 못했고, 50년 동안 림보역에 머물며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약혼녀였던 교코가 망자가 되어 림보역에 오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모치즈키가 전쟁터로 떠나기 전, 두 사람이 함께 벤치에 말없이 앉아 있던 장면을 교코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선택한 것이다. 비로소 그는 깨닫게 된다.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멋진 일이야.” 


이제 나에게 질문해 본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 되었던 적은? 기쁨을 찾고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나? 산다는 것은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이다. 이 때 필요한 해법이 우리. 이 시대에 넘쳐나는 행복신조어들에 우리를 차례로 적용해 보자. ‘의 소확행, ‘우리의 소확행. ‘의 케렌시아, ‘우리의 케렌시아.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즐기는 자신이 답이 될 때까지.

 

 

배종철 대기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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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엠디포스1 2019.06.06 19:14
랑겔한스섬의 오후 소설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네요..소설을 워낙 좋아하는편이라
책한권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네요...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나 정말 행복해라고 말할수있는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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