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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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말

배종철 2 3,199 2019.06.03 11:17

 

연예인은 대중의 호감을 먹고 산다. 그래서 사랑과 관심을 받는 일이 많지만, 때로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하루아침에 차가운 시선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도 최근에 몇몇 연예인이 자신의 철학을 담은 소신 발언을 해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이 아포리즘의 주인공들은, 초로(初老)의 나이는 되어야 삶의 무게를 짐작할 거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어린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자, 이효리가 그 말을 받아 이렇게 응수한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훌륭한 사람이란 사회가 바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다. 성공했거나 꿈을 실현했거나 존경과 찬사를 받는 사람이다.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한 세상의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은 삶에 실패한 것일까. 이효리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나 되라는 것은,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라는 그녀의 메시지가 담긴 말이었다.

 

배우 김부선의 딸 이미소는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엄마가 싫었다면서 김부선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침묵하고 그를 위해 용서하고 기도하세요. 꿈같고 먼지 같은 우리 인생 백 번 천 번 용서하세요. 그것이 진정한 승리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이런 글을 올렸다.

서로의 실수와 지난 일로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제 역할을 잘 하길 바랄 뿐이다.’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살고 있는 '개그콘서트 우비소녀' 김다래. 그녀의 말도 인상 깊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요즘 뭐하니?'가 당연한 질문이지 않나. 그냥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남들이 보기에 나의 삶이 무기력해보일 수 있지만 그건 그냥 타인의 시선에 맡기기로 했다. 원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타인의 시선은 타인의 영역이니까 나를 이해하든 오해하든 그건 그의 몫으로 뒀다.”

나를 이해하든 오해하든 그의 몫으로 두는 것.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말한 과제의 분리가 생각났다. 그는 나의 과제타인의 과제를 분리할 줄 알아야 하고, ‘타인의 과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타인의 과제라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말이 또 있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영화에 출연해 좋은 연기를 펼친 조여정은 영화제가 끝난 뒤 이런 얘기를 했다.

열심히 하루하루 살다보니까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열심히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종착지는 아니지만 이런 좋은 날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 더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되고, 용서하고, 타인의 시선은 그의 몫으로 두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 그녀들로부터 배운 삶의 철학이다. 어느 좋은 날에 열심히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까지 든다면 이보다 고마운 일은 없을 것 같다.

 

 

배종철 대기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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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엠디포스1 2019.06.06 19:13
맞습니다. 일반인들은 아무런 제제없는 일들이 공인같은 연애인이나 공직자에게는 순간의 말실수 막말들이
큰 이슈가 되는것 같습니다. 그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고 롤모델인 만큼 주어진 책임감또한 부담아닌 부담으로 가지는만큼
더 진솔되고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갈수록 박해지는 시대에 좋은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사 넘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복 2019.09.16 12:28
성공의 의미가 부여하는 정답은  무엇인지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명예나 금전적인 부도 아닌, 인생을 살아가면서 상호간의 신뢰와 긍정적인 마인드만으로도 건강하고 성공적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뒤돌아 후회 없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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